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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추억의 카메라 올림푸스 PEN-E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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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두번을 변하고도 남을 25년전 어느날.
가을 소풍을 앞두고 처음으로 금산읍내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렸다. 그당시 돈으로 2500원, 플래쉬를 빌리려면 500원을 더내야 하기에 그냥 카메라만 빌려서 왔다. 삼양라면 한개에 4~50원하던 시절이니 결코 작은 돈은 아니다. 그렇게 빌린 카메라에 24컷짜리 필름을 넣어서 50여장의 사진을 뽑았다. 당시에는 똑같은 필름으로 사진을 두배로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사진관에는 대여용으로 올림푸스 PEN-EE3가 있었다.

그렇게 학창시절 몇번에 걸쳐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려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친구들에게 돈을 받아 메꾸고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빌린 카메라를 돌려주러 읍내에 가는 버스를 탔다가 그만 카메라를 버스에 놓고 내리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끝내 카메라는 찾지 못하고 결국 카메라 가격을 물어주기로 했는데 그 가격이 당시 돈으로 35000원! 중학생이던 나로서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결국은 아버지께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당근 그냥 주실리는 만무하고 정말 많이도 혼나고 나서야 겨우 해결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카메라를 다시는 빌리지 않겠다고 아버지와 약속을 했지만, 계속해서 소풍이나 운동회때마다 몰래 빌려서 사진을 찍곤했다.나는 필름을 현상만하고 인화는 하지 않은채로 20여년이 되도록 보관을 하고 있었다. 그당시 그 많은 필름을 인화할 돈이 없었기에 그냥 필름으로만 보관했다. 그렇게 추억이 담긴 나의 필름들(거의 라면박스 한개)은 어느날 마눌님의 손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나중에서야 버린것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렇게 필름과 함께 나의 학창시절 추억도 함께 사라졌다. 마눌님 덕에 그토록 많은 사진을 찍었음에도 정작 내게는 몇장의 사진밖에 없다는....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不惑의 40을 넘은 어느날, 문득 PEN-EE3에 흔들리고 말았다. 인터넷에서 찾은 PEN-EE3를 보자마자 20여년전의 그때 일들이 떠올라 결국 나도모르게 결재를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서 카메라를 받아보니 정말이지 상태가 너무나도 불량했다.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녹이슨 것을 어떻게 그렇게 비싸게 내놓을 생각을 했는지.... 결국 집에 가져와서는 완전분해를 하다가 조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서랍에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몇달이 흐르던 어느날, 또다시 PEN-EE3가 내눈에 들어왔다. 결국 이것도 나도 모르게 결재를 하게됐고 내손에 들어왔다. 두번째 구한 PEN-EE3는 그래도 상태가 양호하다.
지금도 필름을 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홈에버에 갔더니만 아직도 필름은 팔고 있었다. 필름한통을 구입해서는 옛추억에 잠겨 카메라에 장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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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장착도 만만치가 않다. 가을소풍때였던가, 필름을 넣는다고 넣었는데 필름카운터가 70을 넘겨도 계속 돌아갔던 일이 있었다. 원인은 역시 필름을 제대로 넣지 않아서 헛돌았던 것. 70여번이나 내 카메라에 포즈를 취했던 친구들 사진은 물론 단 한장도 얻지 못했다.  필름을 넣고 수동으로 돌려보니 예전의 그 느낌이 난다.  아들녀석을 주면서 촬영을 해보라고 했더니만  이 카메라는 왜 사진이 안보이냔다. 어린시절부터 디지털카메라만 봐온 아들녀석의 눈에는 촬영 후에 사진이 보이지 않는 필름카메라가 이상한게 당연하겠지...

그렇게 필름 한통을 촬영하고는(사실 36컷짜리 필름을 넣어서 실제로는 70여장이나 되는 사진이 나오기에 60여컷을 촬영하고는 되감아 버렸다) 사진이 나오기나 할까라는 생각으로 인화을 부탁했다. 한시간 뒤에 오라는 답변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어린 시절 필름을 맡기면 현상에만 이틀이 걸리고 찾아가서 인화할 사진을 체크하고 오면 다시 3일이 걸려야 사진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한시간 후에 찾아가라니 놀랄 수 밖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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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사진을 찾을때 사진보다는 half size로 현상된 필름에 눈이 갔다. 예전부터 익숙했던 half size의 필름이기에....

그렇게 시작한 카메라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디지털카메라로 바뀌었고 필름카메라는 아득한 추억이 되어 있다.

나와 비슷한 추억을 가진 40대를 위해 PEN-EE3의 모습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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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렌즈 위에 써진 저 숫자들(조리개 값)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냥 사진관 주인이 맞춰주는대로 사진을 찍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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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이도 팔렸다. 일련번호가 5백만을 넘었으니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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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다된 카메라에 최신의 플래쉬를 장착해도 동작이 잘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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